취미 생활

철없는 사색 2011. 6. 12. 05:00 |
예전에 넌 취미가 뭐냐는 질문에 대답이 막혔던 경험 이후로
내 취미에 대해 생각해 보았었다.

그때는 네이버 웹툰 보기..라는 되도않는 대답으로 얼버무렸던 것 같은데,
사실 나는 취미가 딱히 없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여기서 취미라 함은 그냥 시간 남을 때 심심풀이로 하는 인터넷 서핑, 쇼핑 같은
활동들이 아니라, 본업은 아니지만 나의 흥미에 의해 깊이 알아가며 즐기는 활동을 말한다.
그런 게 없다는 것이다.

마치 시키는 것만 잘 하면 되는 환경에서 살아오다보니 내가 뭘해야할지, 하고 싶은지,
꿈을 잃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처럼,
그냥 해야하는 일들만 해나가는 (그리고 남는 시간엔 지친 몸을 쉬게 하려 빈둥대는)
삶을 살다보니 내가 좋아하는 거나 꽂히는 것에는 관심을 잃어가고,
결국 내가 뭘 좋아하는 지 조차 모르는 지경에 이르러버렸는 지도 모른다.

얼마 전 선배가 해주신 '취미'에 대한 지론을 얘기해주셨다.
취미는 단순히 자기가 끌리는 것을 보면서 빈둥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계속 깊이 들어가면서 확장해 나가는 것, 그리고 그것이 또 다른 취미로 이어지는 것이라는 것이다.
예를들어, 사진에 취미가 있다고 말하면서 DC만 2년을 보고 있으면 그건 취미가 아니라 잉여짓일 뿐이다.
DC가 시작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거기서 머무르는 게 아니라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
그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에 내가 완전히 녹아들어야 한다.
얼마나 깊이 들어갈 수 있느냐, 그것이 핵심인 것이다.
카메라만 해도 브랜드에 따라 각각의 커뮤니티가 형성되어있다.
사진기를 구성하는 바디니, 렌즈니 하는 것들에 대한 이해, 촬영기법이나 구도 뿐만 아니라
조금 깊이 들어가면 사진을 모니터에서 출력하는 방식에 따른 차이, 편집 도구가 만들어내는 변환에서의
차이 등 깊이 알아갈수록 '깊어'지고, 취미 영역이 '확장'된다.
그리고 이렇게 하나를 깊이 즐겨본 사람은 다른 취미를 발견해도 쉽게 깊고 넓게 빠지게 된다.
대게 '박학다식'해 보이는 사람들은 주로 이러한 경험을 반복해 온 것 같다.
와인을 잘 아는 사람이 커피도 잘 알고, 클래식도 잘알고, 사진기도 잘 아는데다가 만년필이니 자동차까지
꾀고 있다. (그 선배가 그렇다ㅋ) 그냥 작업용으로 겉핥기 식으로 알고 있는 게 아니라
진짜 깊이 알고 있는 것이다.
취미를 가지는 데는 이유가 없다고 한다. 말그대로 '꽂히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취미를 하나를 깊게 가져본 사람은 다른 것에도 쉽게 꽂히고, 꽂힌 것은 또 빠져드는게 쉽게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러면 내가 인생을 즐길 수 있는 영역은 점점 확장되는 것이다.
내가 '꽂히는' 것을 무시하지 않고 그것을 '깊게', 그리고 '넓게' 알아가며 확장해 가는 것,
그것이 취미를 즐기는 핵심인 것 같다.


이러한 얘기를 듣고난 후, 내가 꽂히는 것들을 생각해봤었다.
고등학교 때 신재생에너지에 꽂힌 후, 사실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지만 이것은 취미라고 하긴 애매한 것 같다.
두번째는 아주 오래전부터 꽂혀왔던 하늘 날기. (왜인지 모르지만 어렸을 때부터 하늘을 날고 싶어했다. 간절히.)
그래서 아주 관심있게 보는 것이 바로 패러글라이딩이다.
하늘을 나는 것에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경비행기니 행글라이딩이니 스카이다이빙, 심지어 번지점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것들을 살펴본 결과 패러글라이딩이 내가 날고자하는 방식이었다.
하늘을 나는 것 외에도 무언가를 타는 것 자체를 좋아한다. 그래서 자동차 쪽에도 관심이 있었고,
카레이싱 쪽으로도 찾아본 적이 있었다. 물론 겉핥기 수준이었다.
패러글라이딩이나 자동차나... 내가 넘보기 어려운 수준으로 비싸다-_-

또 다른건 캠코더 영상촬영이다. 영상이나 사진이나 찍는 좋아하고, 그래서 디카로 사진도 많이 찍고 놀았었는데,
요새 너도 나도 DSLR을 하다보니 같은 건 하기 싫다는 쓸데없는 오기-_-?때문인지 요즘엔 영상쪽으로 더 관심이 쏠린다.
사실 사진도 재미있지만 동영상 촬영도 상당히 매력이 있다. 특히 동영상 같은 경우 구도와 노출, 색감 등의 사진적 요소를
모두 포함할 뿐 아니라 시간이라는 요소가 추가되며, 음향도 고려해주어야 하고, 촬영 자체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촬영전에 '기획'이 필요하고 (물론 목적을 가진 촬영의 경우), 촬영후에는 '편집'이라는 또 하나의 중요한 단계가 포함되
는 종합적이고 다이내믹한 활동이다. 이러한 요소들 덕분에 '스토리'를 담을 수 있다는 재미도 있다.
물론... 캠코더도 비싸다...-_- HD영상 편집하려면 컴퓨터도 새로 사야할 것 같다..... -_ㅜ

왜 내가 하고 싶은 건 다 돈이 많이 드는 것들 뿐일까.. 하는 고민을 하면서 찾아낸 또 하나의 취미는
배드민턴. 아주 바람직한 취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것도 제대로 즐기려면 셔틀콕 구입에 돈 좀 들겠지만..
배드민턴을 통해 얻는 건강이나 왕성한 엔돌핀(?ㅋㅋ) 등을 고려하면 아주 싸게 먹히는 거다.
사실 친구들이랑 칠때는 그마저도 플라스틱 셔틀콕을 쓰니까 돈은 사실 문제가 되지 않는 취미다.


사람이 하고 싶은 것을 다하고 살 수도 없고,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장 최고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곧 나의 취미가 되는 것, 아니면 적어도 내가 하는 일과 연결시킬 수 있는 취미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전혀 동떨어져 있어보이더라도, 지친 나에게 다시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취미라면
그 자체가 또 의미를 지닐 것이다.

지금 드는 생각인데,, 돈버는 자체를 하나의 취미로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_-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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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크림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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